발표자: 이세호 (Se-Ho Lee)

이세호

이세호

 

다양한 공연 무대에 함께 하는 실용음악가

이세호는 동의대학교에서 작곡을,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컴퓨터 음악을 전공하고 부산시립교향악단에 입단했다. 현재 부산에 몇 안되는 공연음악 작곡가 중 하나다.
대학교 3학년때 그의 첫 무대음악을 연극으로 시작한 후, 음악이 등장인물의 정서를 표현하고, 한음 한음에 의미를 두어 장면과 서로 대화를 나누듯 공연을 완성해 나가는 것에 신이 났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트라우마’, 무용 ‘점-세상을 잇다’, 독립영화 ‘연가’ 등 다양한 작품에 들어가는 음악을 작곡했으며, ‘마샤를 위한 진혼곡’, ‘작은 박나무에 바람이 불고’ 등 다수의 창작곡들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가요를 제외한 다양한 세계 음악을 즐겨듣고, 하우스 음악과 미니멀 음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클래식과 하우스 음악의 재미난 조합을 꾀하는 퍼포먼스 단체 Busan Vista Stage Club을 창단했다.

 

– Q & A –

1.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어릴때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지만,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고 그만 뒀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 중 한 녀석이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곧 피아노 학원에 갈 시간에 맞춰, 친구들이 그 아이를 구경하러 가자고 해 내키진 않았지만 못이기는 척 따라갔다. 피아노 학원 문을 살짝 열어 문틈 사이로 그 아이를 훔쳐 보았다. 그리고 한동안을 꼼짝도 못했다. 그 소녀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소녀가 치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피아노 선율에 빠져 있는데 원장 선생님이 문을 열더니 “니 뭐꼬?” 하시는 거다. 그때 내 입에서 “저 피아노 배우러 왔는데요”란 말이 튀어나왔다. 그 우연한 일이 지금 나의 인생의 길을 정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2. 심심할 때 하는것은?

낮잠을 잔다. 잠을 많이 자고 컨디션이 좋아야 맑은 정신으로 작곡을 할 수 있다.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가고 싶지만.

3. 내 생의 BEST 영화 장면은?

잭 니콜슨이 주연으로 나오는 1970년 영화 <잃어버린 전주곡>(Five easy pieces)의 한 장면. 주인공 바비(잭 니콜슨)가 형의 애인 캐서린과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연주를 시작하자, 카메라가 잭 니콜슨의 얼굴에서벽 반대편에 걸려있던 액자들로 옮겨지며, 바비의 어렸을적 사진, 아버지와 누나, 형들의 모습을 아주 천천히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여준다. 그 피아노 연주 한 곡에서 그의 모든 삶을 느낄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 곧바로 서점에 달려가 쇼팽에 관련된 책을 모조리 뒤져 곡을 찾아냈다. Chopin Prelude Op. 28, No. 4.

4. 어려움을 겪는 부산 문화예술계에 대한 생각?

요즘 많은 대형기획사들이 부산에 내려와 뮤지컬과 같은 공연들을 많이 연다. 가볍고 재미있는 코믹, 멜로 작품들이 많은데, 오히려 부산에서 자기들만의 지역 문화 색깔을 이어가고 있던 소극장들은 갈 곳을 잃기 시작했다. 이런 공연은 지역 예술의 발전보다는 장삿속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의 음악산업을 보더라도 가요, 밴드에만 집중되어 있고, 인디음악은 수명이 길지 않다. 연주를 전공한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악기를 팔아버리는 일도 많다. 부산 시민들이 공연과 음악을 선택할때 가벼운 재미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철학을 보고 선택하여 주셨으면 하고, 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장르의 공연과 음악을 즐겨 주시길 바란다.